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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세상 사는 이야기

나는 분당 사람이다 - [1. 출퇴근은 이제 그만]

 올해 5월 초 분당 오리역 근처에 있는 사택에 살기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이 다되어간다.

몇십 년째 계속 공사 중인 강남순환대로의 출퇴근 교통체증을 버티다 버티다 결국 회사 근처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먼저 이 '강남순환대로'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1. 공사 중이라 차가 움직일 때 심각한 울퉁불퉁 불규칙한 위아래 바운스를 느낀다.
  2. 버스와 차와 트럭들은 동맥경화처럼 꽉꽉 막혀서 나도 동맥경화가 걸릴 지경이다.
  3. 덕분에 버스안에 사람들도 많아 출근할 때부터 피곤하다.
  4. 출퇴근 승용차 + 버스 + 코스트코/이마트 방문 차량 + 쿠팡 물류차량 + 현대 직원들 차량 등 이 도로를 찾는 방문객들이 아침저녁 발길이 끊이지 않아 사시사철 24시간 내내 1 2 3이 지속된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공사를 하나 직접 찾아본 건설사업정보. 미치지 않고서야 23년이나 도로 공사를 하다니

 

 이러한 악조건에서 출퇴근을 1년 4개월 가까이하다가, 결국 회사 사택을 신청해서 살기 시작했다.(힘든데도 꿋꿋하게 이 도로를 뚫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분들 존경합니다ㅠㅠ)

 회사 근처 도보로 10 ~15분 내외로 사택을 제공해주어서, 대중교통 출퇴근 피로에 찌든 나에게 사택은 정말 꿈같은 곳이었다. 물론 한 달 10만 원이 들긴 하지만, 뭐 신분당선을 타고 출퇴근해서 교통비 10만 원은 우습게 나오던 사람한테 한 달 10만 원은 매우 합리적인 금액이기도 했다. 단지 8명이서 사택을 같이 쓰고, 2인 1실이라 안방이 아니면 잠잘 곳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예전에 기숙사 생활도 잠깐이나마 해봤고, 룸메만 괜찮은 분이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사택에 천년만년 있을 거도 아니고, 자취를 하기 전 준비단계라고 생각하니 단점도 아니게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귀찮은점은 역시 새로운 주거지에 살려면 많은 물건들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게 정말 정말 귀찮은 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많은 물건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 일단 침구류. 매트리스, 베개, 이불. 하지만 여름이면 얇은 이불, 겨울이면 두꺼운 이불이 필요하다. 이건 마트에서 사서 들고 가기가 힘들어서 부모님 찬스를 이용했다... 흑흑
  2. 그리고 입을 거. 속옷부터 시작해서 겉옷, 윗도리, 바지, 양말, 가방, 이젠 K94 마스크까지 어우 증말 너무 많다. 그래서 요즘 시국에 사용을 하지 못했던 여행가방에 최대한 꾹꾹 넣어서 들고 내려갔다.
  3. 다음으로 씻을 거. 샴푸, 바디워시, 치약, 칫솔, 비누, 수건, 로션(난 올인원만 쓰니까ㅎㅎㅎ) 등 의외로 살게 많다. 욕실도 나 혼자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보니 세면 바구니도 사야 했다. 다행히 회사에서 치약이랑 비누랑 휴지는 제공해줘서 그건 다행이었다. 아 그리고 세제도 제공해준다!
  4. 생각해보면 매우 필요하지만 잡다한 물건들. 손톱/발톱깎이를 포함해서 알보칠(이거 진짜 필수), 면봉, 핀셋, 면도기, 버물리, 옷걸이, 충전기(현대인 필수템), 파스와 같은 없으면 매우 불편한 물건들. 아마 찾아보면 더 있을 거 같은데 일단 생각나는 게 이 정도다. 아이패드와 닌텐도도 매우 중요한 물건들!ㅋㅋㅋ
  5. 간단히 먹고 마실 거! 물은 쿠팡에서 매번 주문하고, 추가적으로 탄산수나 카카오 닙스 차를 주문한다. 물만 마시기엔 심심하잖아~ 운동 열심히 하려고 닭가슴살을 대량 주문해놓아서 심심찮게 가끔 데워먹는다. 과자는 사놓으면 자꾸 먹어서 살찔까 봐 아직까지 한 번도 사서 보관해본 적은 없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다 가져오고 살 수는 없었고, 필요할 때마다 사 오거나 들고 오거나 해서 이젠 어느덧 사람이 잘 살 정도의 물품들이 구비가 되었다. 나중에 자취를 시작하게 되면 오롯이 다 들고 가야 할 텐데, 그건 뭐 그때 가서 생각해보는 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