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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세상 사는 이야기

나는 분당 사람이다 - [3. 법대로 합시다]

 사실 처음부터 사택에 살려고 한건 아니었다. 원래는 자취를 바로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사 주변의 비교적 높은 전세대출 매물 가격과, 설령 전세로 계약한다 하더라도 추가로 드는 중개수수료, 보증료, 인지세 등을 합치면 근 100만 원 가까이 더 나온다는 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일단 사택에 먼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든지 다 돈이 많이 필요한 법이다.

 

 아무튼 본집에서 나와 살기 시작하긴 했는데, 문득 사택에 전입신고를 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뭐 입주하기 전에 회사에서 지침이 내려온 건 따로 없는걸 보아하니 법적으로 강제하는 건 없나 보다. 하지만 전입신고를 하기 전에 일단 부모님께 여쭤보아야 했다.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가족 단위로 묶인 보험이나 통신비 때문에라도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으로 계속 유지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보다 사택에 먼저 살기 시작하신 팀원분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게 유리해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단 부모님께 여쭤보니, 나는 부모님의 세대원이 아닌 따로 세대주로 살아도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 그러면 이제 나는 거의 30년 가까이 부모님과 살다가 드디어 법적으로 따로 나와 살게 되는 거구나! 근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정부 24' 어플을 사용하여 온라인으로 전입신고를 하는 방법이 있었다.

 

 무슨 회원가입 같은걸 할 때마다 암 걸리게 하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서 여차저차 전입신고를 하면 된다. 온라인 민원접수라고 하던가? 일단 로그인만 하면, 그 이후는 전입신고 메뉴를 찾아서 하라는 대로 사라락 하니 금방 할 수 있었다. 보안상의 이유로 캡처가 안된다고 해서 스크린샷으로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런데 이렇게 온라인으로 신청한다고 해서 바로 되는 건 아니었다. 어찌어찌 접수를 했는데 몇 분 뒤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문자메시지를 보내줄 테니 보내드린 이메일로 계약서와 재직증명서를 보내주셔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그래도 나름 전입신고인데 이렇게 버튼 몇 번 눌러서 될 리가 없지.

 

 여기서 말하는 계약서라 함은 회사에서 사택으로 구매 혹은 임대한 사택 계약서이고, 재직증명서는 내가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증명서다. 사택 계약서는 회사 총무팀의 담당자에게 메일로 요청해서 받았고, 재직증명서는 회사 인사 시스템에서 직접 신청해서 받았다.

 

 온라인으로 다시 전입신고를 한 후, 요청했던 두 자료를 알려준 메일로 보내니, 몇 분만에 전입신고가 완료되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누가 공무원들 일 열심히 안한댔냐 이제 나는 법적으로도 분당 사람이 되었다. 나는 분당 사람이다.

 

수미 누님의 친절한 환영 문자메시지. 반가워요 누나!